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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혼

이혼 고민 중이세요? 2년 반째 이혼소송 중인 나의 이혼사유

by 미엘언니 2022. 6. 26.

 

제가 이혼 고민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속 시원히 제 마음과 상황을 터놓고 나눌 대상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걸 가족이나 친척에게 오픈하자니 왠지 부끄러웠고, 친구들에게 하자니 그네들이 무의식 중에 보일 동정심 어린 시선이나 행동을 제가 기껍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불편하더라고요.

 

이미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비슷한 시선을 많이 겪었어서인지 더 홀로 견디고, 꾹꾹 눌러 참기를 몇 년...

 

그래서! 그 시간들을 견디고! 2년 반째 이혼소송 중인! 제가 만들었습니다, 우리끼리는 터 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 ㅎㅎ 

 

아무래도 길게 이혼소송 중이다 보니 주변에서도 "이러이러한데 이혼 고민 중이에요. 언니가 보기엔 이런 게 이혼사유가 될 것 같나요?" 하는 질문을 한 번씩 받는데, 저는 변호사도 아니고, 가정의 문제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결정을 맡기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질문에 확답을 드리는 게 항상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은 해드릴 수 없어도, 이렇게 고민을 하시는 이유와 원인은 충분히 공감하기에 오늘은 이 얘기를 한 번 해보려 합니다.

 

 

 

이혼 고민...

 

쉽게 결정내릴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2가지일 것입니다. 아이, 그리고 돈.

 

"내가 과연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돈을 벌며 애를 키울까? 경력 단절이 O년인데 재취업이 가능은 할까?"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스스로를 굉장히 못견뎌하시더라고요. 돈 때문에 이러는 자신이 너무 속물 같고 그렇대요.

 

하지만 돈이 없으면 당장 아이랑 어디서 살 수 있을까요? 옷도 못 사고, 병원도 부담스럽습니다. 하다 못해 애가 치킨이 먹고 싶달 때 치킨 값이 너무 비싸다 느껴진다면 자괴감이 얼마나 더 크게 들까요... 전 그래서 이런 현실적인 고민에는 절대 죄책감을 갖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감히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저에게는 꽤 명확했던 이혼사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결정을 미뤘던 이유는 "내가 혹시 아이에게서 아빠와의, 그 어떤 기회들을 내 마음대로 빼앗는 건 아닐까." 그런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끊이지 않아서였는데, 그때 결정적인 사건들을 연달아 겪으며 제가 이렇게 고민만 하다 잃은 시간들에 후회가 정말 많았었어요.

 

어떻게 보면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던 게 아니었을까... 사실은 차고 넘쳤던 이혼사유... 내가 괜히 질질 끌지 않고 결정만 빠르게 내렸더라도 이런 꼴은 보지 않고 헤어질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끊이지 않던 아쉬움과 후회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니, 만약 저런 고민이 깊지 않았더라면 헤어지며 약간이라도 미련이 남았을 수 있었는데, 사람의 밑바닥을 정통으로 직시해버리니 미련은 커녕 감정 정리가 너무나 깨끗하게 됐달까요? 그래서 모두 다 단점이라고는 말씀드리기 애매하다는 결론?? ㅎㅎㅎ

 

하지만 그래도 후회하는 것은 있습니다.

 

제가 참고 견뎠던 그 시간들, 그리고 제가 상대에서 "기회를 줬다"고 자만했던 그 시간들. "기회를 준 나"라는 존재에 취했었던 걸까요? 나중에 보니 상대는 아예 알지도 못하더라고요. 자신이 언제, 무슨 기회를, 어떻게 받았던 것인지, 그리고 제가 어떤 기회들을 줬던 것인지.

 

그러니 혹시나 저와 같은 생각으로 결정을 미루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그 기회는 나만 아는 기회다."라는 것만 마음속에서 잊지 말아 주세요 ;ㅅ;

 

 

 

 

그리고, 이혼할까 말까 고민한 두 번째 이유, "돈" 이야기도 조금 해보려 합니다.

 

그래도 상대방 쪽에 돈이 있거나, 나에게 돈이 있거나, 아니면 우리 집이 돈이 좀 있는 집이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렇지 않다면, 당장 집부터 고민입니다. "난 빌었는데 네가 이혼하겠다며? 그러니 네가 애랑 나가." 하면서 그걸로 승기를 잡으려고 하는 상대가 꽤 많거든요. 협의가 된다면 좋겠지만, 사실 이혼소송 까지 갔다는 건 협의 불가, 즉 서로 이미 상식적 대화가 통하는 단계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상대가 나보다 돈이 있다면 계속 돈으로 치사하게 굴어요. 그래서 멘탈 관리를 정말 잘하셔야 하십니다.

 

저는 아이와 제가 자립이 가능할까, 하는 부분보다 아이에게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제가 빼앗는 것만 같은, 그런 죄책감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어요. 저는 살고 싶어서 한 결정이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건 제 사정이지, 아이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래서, 지금 우리의 모습이, 정상적인 가족이긴 한 건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 그건 또 아니었어요. <내 불행>이 밑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게, 지금 내가 지키려고 하는 <가족>이라는 단어라니,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요?

 

저는 결혼을 하고, 햇수로 7년 차에 이혼소송 시작을 했습니다. 사실 힘든 건 초반부터 힘들었지만 그때 주변에서 "3년만 버텨라. 그럼 또 괜찮아진다. 다들 그러고 산다." 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그 3년을 버티면 이혼소송 확률이 확 낮아질까요?

 

 

 

 

표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처럼, 3년을 버티지 못하고 결혼 4년차 이내에 이혼한 비율이 22.4%입니다. 약 1/5 정도인데, 그럼 3년을 버티고 난 이후는 어떨까요? 5년 차부터 9년 차의 이혼 비율도 19.4%로 별 차이 없습니다. 약 1/5 이죠.

 

그럼 버티고 또 버틴 분들은 상황이 나아졌을까요?

 

20년 이상 되신 분들의 이혼율이 가장 높아서, 무려 31.2%입니다. 사람의 관계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나 혼자 참고 견딘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길고 길었던 고민이 무색한 순간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혼은 내가 참지 못해서, 내가 오래 견디지 못해서 온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내 잘못이 아닌 것이니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제 이혼고민 관련된 결정을 내렸으니 협의로 끝내느냐, 법원까지 가느냐가 쟁점이 될 것입니다. 아이가 없어도 이혼소송 절대 간단하지 않습니다. 재산분할이 꽤 쟁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있다면 여기에 친권, 양육권, 양육비, 면접교섭까지 포함이 되어야 하니 상대의 바닥을 보고 결심을 했어도, 이혼소송 때 더 바닥을 봅니다. ㅎㅎ 멘탈은 오래오래 챙겨주셔야 해요~

 

 

그리고 이혼소송 자체도 쉽게 시작할 수도 없어요. 법이 인정하는 이혼사유 필수입니다. 하지만 보다 보면, 보통 하나 이상은 다 충족이 되시니 이 부분은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으세요. ^^;

 

 

 

 

보통 [이혼사유 3종세트]"외도, 도박, 폭력"이라고 하는데, 이게 민법 제840조에서 1번, 2번, 3번, 4번, 6번에 해당됩니다.

 

"시댁이나 처가 식구들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이나 무시"를 당하셨으면 3번인데, 배우자가 알면서도 중간 역할을 못해줘서 사태가 악화됐다면 2번도 추가될 수 있어요. 

 

꽤 큰 이유 중 하나인 "경제적인 문제"는 2번, 3번, 6번에 해당되고, 의외로 "사고 치고 가출"해서 몇 년씩 안 돌아오는 배우자도 많은데 이게 5번과 6번에 해당됩니다.

 

"상대방의 과소비"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건 보통 3번과 6번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이혼고민 중이신 분들은 마음 속에 <희망>이라는 불씨가 있으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혼사유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런 기대까지 모두 다 없어졌을 때 하게 되는 게 이혼소송 판이거든요 ^^;

 

의외로 상간소를 할 때도 상간소만 하고, 이혼소송 안 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상대에게 실망을 넘어 배신을 느낀 건 맞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들이 있으면 "신뢰"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깨지는 것이 아니거든요.

 

결국, 결정은 <신뢰의 문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보다 내밀한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풀었습니다 //_//)


처음에는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니 막막했습니다. 심지어 저는 그 당시에 암환자이기까지 했었으니까요. <소포성 림프종>이라고 골수까지 암세포가 침범한 혈액암 4기 환자였는데, 항암치료도 남들과 다르게 3년이나 받아 몸 상태도 말도 못 하게 안 좋았어요.

 

그런데도 집에 그 분이 계시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쉬어지더라고요. 돈은 여전히 빠듯하게 벌지만, 그럼에도 집에 그분의 존재가 없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눈물 나게 행복합니다. 집에 올 때마다 위도 꼬이지 않아요.

 

아이에게 아빠의 빈 자리가 크지는 않을까 걱정도 정말 많이 했었는데, 도리어 이혼소송 때 불리하지 않으려고 저희를 이간질시키려는 모습만 보게 됐었고 ㅎㅎ 무엇보다 애가 빈자리를 별로 느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부모의 역할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 많은 분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게 <경력 단절>일 거예요. 그런데 경험자가 되어보니  <경력 단절>이 먼저가 아니라, "우리 애가 지금 몇 살이냐"가 더 더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각각 몇 시에 돌아오는지 아시나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숨통이 좀 트인다는 거짓말도 믿지 마세요! ㅎㅎ

 

유치원은 보통 4시 30분에 끝이 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1~2학년 하교 시간은, 2022년 6월 7일부터 정상수업으로 돌아간 게 오후 1시 10분입니다. 그 전엔 점심 급식까지 했는데도 12시 20분 하교였어요; ㅎㅎㅎ

 

<워킹스쿨>이 있으니 등하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두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아이가 그 아파트까지 혼자 가지 못한다면, 제가 등하교를 모두 시켜줘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렇기에,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버나요?"를 고민하시기 전에 "아이가 몇 시에 나가서 몇 시에 돌아오는지, 등하교를 도와줄 사람은 있는지, 그래서 나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을 할 수 있는지, 주중만 가능한지 주말도 가능한지"가 먼저 계산이 되어야 하세요. 내 경력이 어땠고, 예전에는 얼마를 벌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이혼소송 후, 아이와 사는 생활을 그림으로 떠올리면, 나는 흑백이고 아이는 컬러입니다. 모든 생활은 아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나는 이제 배경인 삶을 살게 될 거예요. 하지만 이건 희생도 아니고 무엇도 아닙니다. 그냥 당연한 거예요. 왜냐면 아이니까. 성인이 아니니까.

 

그래서 만약, "내가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너무 나만 희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신다면, 이 부분도 냉정하게 한 번 고민을 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당장의 기분이나 복수심으로 결정하지 마세요. 평생 누군가의 인생을 내가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양쪽 모두에게 불행한 결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이혼소송 자체가 길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자주 힘들어집니다. 상대는 반소를 한다는 둥 맞소송을 한다는 둥 끊임없이 협박을 하지, 얼마 줄테니 먹고 떨어지고, 애도 네가 데려갔으니 알아서 키우라는 식의 저급한 회유(?)도 계속 들어오지, 내 변호사보다 상대 변호사가 더 변호에 적극적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지, 양육비는 제 때 들어오지도 않지, 생활비부터 모든 걸 나 혼자 벌어서 책임져야 하는데 아이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한 번씩 떼쓰지... 그런데 여기에 내가 아이 때문에 계속 희생을 하며 사는 것 같은 기분까지 느낀다? 그럼 본인에게 새로운 지옥이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도 어떻게 버텼느냐, 많이들 여쭤보셨었는데 저는 그저 집에 그 분이 안 계시다는 자체가 모든 것을 이기게 해 줬습니다. ㅎㅎ 그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다른 모든 건 힘들어도 괜찮았어요. 제 인생의 고통은 무게 축이 꽤 확실했었나 봐요 :P


 

지금 이런 이야기들을 찾아보고 계시다는 건, 이미 반 이상은 이혼고민 → 이혼소송 쪽으로 마음의 축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는 합니다. 그러니 이제 조금 다른 관점이 필요한 때입니다.

 

"나는 과연 독립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 O살인 아이와 함께? 지금보다 돈이 없는 삶도 괜찮은가? 스스로 약간의 구질구질함을 감안할 준비도 되어있는가?" 등등요.

 

그럼 차근차근 답이 나올 거에요.

 

 

그러니 겁먹지 마시고, 외로워하지도 마시고, 힘들어하지도 마시고, 어떤 결정이든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아지기를 기도하면서 한 선택이다는 것만 잊지 마세요.

 

말이 안 되는 이혼사유 라는 건 없습니다!

 

여러분 주변에는 언제나 여러분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숨어있으니 움츠러들지 마시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화사해질 거예요. =)